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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2시간, ‘화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봤더니

by 동그라미세상 2025. 7. 22.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우리는 대부분 화면을 켭니다.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다가, 퇴근길엔 스마트폰, 집에선 TV 혹은 유튜브.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듣고, 소비하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나는 오늘 하루, 아무것도 안 한 ‘고요한 시간’이 있었을까?"

 

그래서 시도해봤습니다.
퇴근 후 2시간만이라도 '화면 없는 시간'을 갖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모니터와 TV도 꺼두고,
그 시간엔 그냥 조용히 ‘나’에게 집중해보는 시간을 만들어본 거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2시간이 하루 중 가장 회복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2시간, ‘화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봤더니
퇴근 후 2시간, ‘화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봤더니

 

‘화면 없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화면 없는 시간(Screen-Free Time)이란,
스마트폰, 컴퓨터, TV, 태블릿 등 모든 디지털 화면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이 실험에서 정한 기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 스마트폰은 침대 옆 서랍에 넣기 (비행기 모드)
  • TV, 노트북 전원 OFF
  • 조명도 최소한만 사용 (스탠드 사용)

이 2시간은 마치
디지털이라는 파도에서 나를 살짝 바깥으로 밀어낸 고요한 바다 같았습니다.

 

화면 없이 보내는 2시간 – 무엇을 했을까?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손에 폰이 없고, 눈앞에 영상도 없으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이 2시간이 점점 다양한 ‘온전한 활동’들로 채워졌습니다.

 

1. 산책
아무 음악도 없이, 그냥 조용히 아파트 단지를 걸었습니다.
자동차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대화 소리…
그동안 흘려들었던 배경음들이 갑자기 생생하게 들렸습니다.
걸으며 생각도 정리되고, 하루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 불 끄고 음악 듣기
조명을 끄고 앉아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을 조용히 틀었습니다.
재즈, 클래식, 혹은 아무 말 없는 피아노 음악.
눈을 감고 음악에만 집중하니,
마치 내 몸이 음악에 잠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유튜브 BGM 틀어놓고 딴짓할 때는 절대 없던 감각이었죠.

 

3. 생각 적기, 손으로 메모하기
노트 한 권을 꺼내 하루 동안 떠올랐던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디지털 메모가 아닌, 진짜 펜과 종이로 쓰는 기록은
속도를 늦추고, 생각을 정리하게 해줍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저도 몰랐던 감정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4. 명상 또는 그냥 멍 때리기
잠깐 불을 끄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명상’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 상태 자체가
뇌를 식혀주고, 감정을 차분히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5. 가족과 대화하기
아주 짧더라도, 그날의 감정이나 사건을 나누는 대화 시간이 생겼습니다.
같이 웃거나, 가볍게 안부를 묻는 대화만으로도
스크린 앞에서보다 훨씬 더 ‘사람과 연결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험 후 일어난 변화들 – 회복되는 뇌와 마음

일주일 정도 이 루틴을 지켜본 후
저는 여러 가지 작은 변화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잠들기 쉬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눈이 피로하고,
마음이 복잡한 상태로 잠들곤 했는데,
화면 없는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훨씬 편안하게 침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2. 생각이 정리되었다
화면 속 정보를 끊으니 내 생각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 감정이 왜 그런지’,
‘무엇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3. 루틴이 생겼다
2시간의 화면 없는 시간 덕분에
하루가 이완-회복-정리라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퇴근 후에도 계속 자극받다가 지쳐 쓰러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하루를 내려놓고 정리한 후 잠드는 구조가 생긴 거죠.

 

4. 감정이 부드러워졌다
알림에 반응하지 않고, 댓글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에서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몰라도 괜찮은 상태가
오히려 제 감정을 더 단단하고 평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고요한 2시간’을
‘화면 없는 시간’은 절대 무언가를 포기하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진짜 나에게 돌아가는 시간이었고,
그동안 놓치고 있던 감각, 감정, 생각을 되찾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은 너무나 많은 정보와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잠깐이라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화면을 꺼두고,
눈과 귀, 그리고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곧 당신의 하루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